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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전 노래한 유로비전 우승자, 고국 평화 위해 전쟁터로


유럽 최대 팝송대회 우승자가 영광과 인기를 뒤로하고, 위험에 빠진 고국을 위해 전쟁터로 돌아간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22’ 우승팀인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의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가 귀국길에 올랐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14일 우크라니아 민요, 랩, 춤 등을 접목한 출전곡 ‘스테파니아’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된 유로비전 2022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프시우크는 다음날 오전 호텔에서 나오며 여자친구에게 뜨거운 키스와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

프시우크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총동원령이 내려진 탓에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에겐 총동원령이 내려져 출국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프시우크는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아 유로비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유로비전 우승으로 벼락스타가 됐지만, 조국을 위한 각오에는 변화가 없다.


프시우크는 “우리 문화는 공격받고 있다. 전쟁 전 어머니를 위해 작곡한 노래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들에게 음식과 숙박, 그리고 약물치료를 돕는 자원봉사 단체를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파니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어머니=조국’이란 인식이 퍼졌다. 가사에도 ‘길이 파괴돼도 집으로 가는 길을 찾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곡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다지는 대표적인 노래가 됐다.

이런 배경 덕분에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심사위원 평가에선 4위에 그쳤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해 최종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과 반인륜적 전쟁 범죄에 분노한 유럽인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 규제에 미온적이라고 평가받는 독일과 프랑스 팀의 득표는 저조했다.


관례에 따라 다음 유로비전은 우승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열려야 하지만 전쟁 중인 상황 때문에 개최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우크라이나 당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용기가 세계를 감동시켰고 우리 음악이 유럽을 정복했다”며 “내년 유로비전은 평화롭게 재건된 마리우폴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

1956년 시작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유럽 국가대항 노래경연 대회다. 2021년 1억830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참가권은 박탈됐다. 우크라이나팀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대회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