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마련을 위해 정보기술(IT) 인력을 한국인이나 중국인, 미국 시민 등으로 위장해 해외에 취업시키고 있다고 미국 정부가 경고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연방수사국(FBI)은 16일(현지시간) “북한 IT 노동자들은 자국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 같은 북한 정권의 가장 높은 경제 및 안보 우선순위에 대한 자금 확보를 돕는 중요한 수입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동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 당국은 “해외로 파견되거나 북한 내에서 작업하는 수천 명의 IT 노동자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북한 정부로 송금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IT 노동자는 해외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전통적인 북한 노동자들보다 10배 이상을 번다고 설명했다. 연간 30만 달러(약 3억8000만원) 이상 버는 노동자들도 있고, 연간 300만 달러(약 38억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팀 단위 노동자들도 있다고 한다.
미 당국은 “이들 북한 IT 노동자들은 북미, 유럽,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고객으로부터 프리랜서 고용 계약을 얻기 위해 소프트웨어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같은 특정 IT 기술에 대한 기존 수요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암호화폐, 건강 및 피트니스, 소셜 네트워킹,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및 라이프스타일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미 당국은 분석했다.
미 당국은 “IT 노동자들은 북한이 아닌 다른 국적자로 자신을 홍보한다”며 “평판이 좋은 미국인이나 유럽인으로 보이도록 하거나 한국 시민으로 위장한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은 북한이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IT 인력을 위장 취업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북한 IT 노동자 관련 활동과 금융 거래에 연루되거나 이를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는 미국, 유엔 당국의 제재를 위반해 법적 처벌위험과 평판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 당국은 군수공업부 313총국, 원자력공업성, 조선인민군(KPA) 및 국방성 산하 군사 단체, 중앙당 과학교육부 평양정보기술국 등 단체가 IT 노동자 위장 취업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했다.
미 당국은 짧은 시간 하나의 계정에서 다양한 IP 주소로 다중 접속하는 경우, 중국 기반 은행 계좌 결제 플랫폼을 통해 송금하거나 가상화폐로 결제를 요청하는 경우, 당사자 이름 철자와 국적, 근무지, 연락처 정보, 교육 및 근무 이력 등 세부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을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행위와 불법 수익 창출 활동을 중단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정부는 북한이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각종 무기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이런 작업을 도운 믹서 기업을 처음으로 제재했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기술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