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도시인 부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1000명 중 650명이 러시아군에 사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안드리이 녜비토우 키이우주 경찰청장은 “러시아군 점령 시기 동안 부차에서 살해된 1000명 중 650명이 폭격이나 파편에 맞아 숨진 게 아닌, 러시아군이 직접 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학살 장소에는 어린이 캠프장 ‘캠프 래디언트’도 있었다. 이곳 캠프장에선 지난달 4일 시신 5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무릎을 꿇고 머리는 숙인 채 양손은 등 뒤로 묶여있는 상태였다.
34세 볼로디미르 보이첸코는 부차 바로 위 호스토멜에 살고 있었다. 러시아군 공습을 피해 숨어 살며 이웃을 위해 음식과 물을 가져다주며 도우던 중 3월 12일 캠프 래디언트 인근에서 실종됐다. 이후 이웃 주민들은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녜비토우 청장은 이들이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전쟁 진행방식에 있어 선을 넘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지 않고 민간인을 납치하고 고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BBC는 캠프장 쓰레기더미에서 러시아군의 흔적을 발견했다. 한 여성이 러시아 ‘6720부대’ 소속 군인에게 보낸 소포였다. BBC에 따르면 이 부대 소속 병사들이 부차에서 약탈한 물품을 가족에게 부치려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부대 소속 군인들이 실제 캠프 현장에 있었는지 혹은 캠프장 학살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캠프장 학살 당시 현장에 있던 러시아군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또 다른 수복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전쟁범죄 증거가 있는지 수색 중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