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바이든 첫 아시아 순방 키워드는 ‘중국 견제’ ‘공급망 새판’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시작된다. 순방 기간 한·미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쿼드(Quad) 정상회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의 굵직한 이벤트가 연이어 진행된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 관심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행보다.

주요 이벤트에는 하나같이 ‘중국 견제’라는 키워드가 담겼다.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역내 동맹 및 파트너 확장, 공급망 새판을 짤 경제 협력체 구체화 등이 이번 순방의 성패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 순방에 대한 기대감이 대체로 높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한 친미 성향 지도자가 동시에 들어섰다는 점이 이런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겸 일본 석좌는 17일(현지시간) 이번 순방 관련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성공적인 방문이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상황에 있다. 카운터 파트너에 대한 운이 좋다”고 말했다.

그린 석좌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매우 강력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한국에는 한·미 동맹 반대 운동을 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일본에는 예측이 어려웠던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콧 케네디 CSIS 선임고문도 “이전 보다 훨씬 더 친미적인 한국의 새 정부가 있고, 아세안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개최해 (미국이 긍정적인) 바람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은 정부에 대한 대중 지지를 떨어뜨리고, 경제에도 재앙”이라며 “이 지역에서 중국 평판은 크게 악화했지만, 미국은 향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 및 협력 확대를 강조한 문구가 담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 석좌는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하는 발언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화상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미국과 파트너들은 IPEF를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대한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IPEF 출범 일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 협력 모델이다. 여기에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 의도가 녹아있다.

미국은 전날 유럽연합(EU)과 2차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진행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암묵적 장치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TTC 합의를 IPEF의 모델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도다. 현재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초기 참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도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매튜 굿맨 CSIS 경제부문 수석 부소장은 “(아세안) 파트너 국가들이 IPEF에 참여해 실질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관세 협정 등) 미국 시장으로의 접근이 제안되지 않아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고 설명했다. 굿맨 부소장은 다만 “긍정적인 면은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 전략을 가져야 한다. IPEF는 지속적인 정책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컸다.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은 공급망, 반도체 메모리, 글로벌 보건, 전기 배터리 등 분야에서 쿼드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한국은 쿼드 실무그룹에 동참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재개 등 안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한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빅터 차 석좌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이니셔티브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반도 정책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의 복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 강화가 언급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빅터 차 석좌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확장 억지력 강화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안보 약속과 억지력 확대를 재확인하는 매우 강력한 발언이 나올 것을 본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미국의 핵우산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하는 문구를 넣는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 석좌도 “북한 핵 실험 재개 가능성에 따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일본에 대한 확장 억지력이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