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20대 남성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잠든 70대 노숙자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붙여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검찰은 전날 시카고 주민 조지프 가디아(27)를 1급 살인 미수 및 가중 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해 보석금 책정 없이 수감했다고 밝혔다.
가디아는 지난 25일 밤 시카고 도심 트럼프 타워 인근 길가에서 잠자고 있던 조지프 크로멜리스(75)에게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담당 검사는 “피해자의 몸이 곧바로 불길에 휩싸였고 잠에서 깬 그가 불을 끄려 몸부림 치는 사이 피고인은 뛰어 달아났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CCTV에는 크로멜리스가 3분 이상 불길에 휩싸여 사투를 벌이다가 소화기를 들고 뛰어온 트럼프 타워 보안요원 2명에 의해 구조되는 장면이 담겼다. 담당 검사는 “1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건을 다뤘지만 이런 끔찍한 동영상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크로멜리스는 몸의 65%에 화상을 입고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료진은 그가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가디아와 크로멜리스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서 “가디아는 ‘화가 나 있었고 무언가 태우고 싶었다’는 것 외에 정확한 범행 동기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디아는 ‘거기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시 크로멜리스의 얼굴과 발이 노출돼 있었다”며 “가디아는 가장 취약한 사람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가디아는 지난 2020년 3월에는 강도 및 신원도용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각서를 쓰고 석방된 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강도 행각을 벌였다. 보석 조건을 어기고 지난해 2월 예정된 심리에 출석하지 않아 경찰의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는 지난 2018년에도 강도와 절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록이 있다.
시카고 사법 당국은 강력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범죄를 악순환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전문매체 CWB시카고는 “시카고에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기다리던 중에 살인·총격 범죄를 다시 저지른 사람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22명”이라고 보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