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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차원 생활보장제도 확충해야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는 목회자 생활 안정과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푯대로 삼을 만한 제도를 갖춘 교단이다. 가령 루터회는 부목사에게 매달 사례비 70만원을 지원하고, 교회 개척에 나설 경우 예배 처소와 사택 마련을 위해 5억원을 지급한다. 목회자들은 필요한 경우 교회 보수 지원비, 의료 보조비, 자녀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눈여겨봄 직한 제도는 최저 목회비다. 루터회의 모든 목회자는 매달 선교 지원비 명목으로 최소 191만1440원을 받는다. 교회 헌금액이 연 6000만원 이상인 곳은 교회가 이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지만 나머지 교회는 교단 총회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가령 교회 1년 헌금액이 500만~1000만원인 교회는 최저 목회비의 5%만 교회가 스스로 부담하고, 나머지 차액은 교단에서 받게 된다.

루터회는 이런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을 서울 양재동 베델회관, 신천동에 있는 루터회관의 임대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루터회 봉사분과위원장인 강일구 평택루터교회 목사는 루터회의 다양한 제도를 소개하면서 “모든 지원은 목회자가 목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열린 ‘목회자 생활보장제도 세미나’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장파 목회자들의 모임인 ‘새물결’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루터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성공회(성공회) 목회자가 참석해 각 교단의 목회자 생활 지원 제도를 들려주었다.

기장 소속 이훈삼 성남주민교회 목사는 기장의 목회자 생활보장제를 소개했다. 목회자들은 자신의 십일조 가운데 50%를 이 제도를 위해 내놓고, 교단은 이를 통해 매년 2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한다. 이 기금을 통해 약 430명이 매달 33만원을 받고 있다. 이 목사는 “교단에선 지급액 증액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성공회 김현석 이천교회 신부는 서울교구의 성직자생활안정기금을 소개했다. 기금은 연간 약 3억원 규모로 운영되며 교단에서는 매년 심사를 진행해 어려운 성직자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목회자 생활보장제도 세미나가 주목을 끈 이유는 한국교회 목회자 상당수가 각자도생의 구조에 내몰려 있어서다. 가령 새물결 전국 총무를 맡고 있는 황창진 목사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감리교회 목회자 3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월 사례비가 200만원 미달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0.6%나 됐다. 사례비가 100만원도 안 된다는 응답자도 37.5%에 달했고 미자립교회(1년 경상비 4000만원 이하)는 43.5%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황 목사는 “현재의 감리교회는 신학교 입학부터 교회 개척, 교회 자립에 이를 때까지 목회자가 독자적으로 생존해야 하는 구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목회자 생활보장제도를 만드는 일은 교회 양극화가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감리교단은 이웃 교단들이 목회자들을 위해 벌이는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