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당하는 건 우리 세대로 충분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산드라 셴(27)씨는 남편과 자녀 계획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겪으며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다. 그녀와 남편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부부는 40세쯤 이른 은퇴를 하고 여행을 하며 살기로 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각성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를 겪은 이들은 가정을 꾸리거나, 집을 마련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셴씨는 ‘경제수도’ 상하이조차 당국의 봉쇄 정책으로 가장 필수적인 식료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봉쇄 기간 공무원이 코로나19로 검역소에 이송된 주민의 집에 강제로 진입하는 것을 목격했고, 주인이 검역소에 격리돼 혼자 남은 개를 두드려 패 죽이는 영상도 봤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젊은이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당국의 규율을 지키기만 하면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를 겪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차이나드림’에 본인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상하이의 한 극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위안(36)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그는 4월 초 식료품을 미리 준비해두지 못한 이웃들에게 매일같이 음식을 보내줬다. 그는 WSJ에 “내가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부유한 거주자들조차 음식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을 봤을 때 오늘날 중국에서는 기본적인 필수품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극장 개업을 꿈꾸던 그는 이제 위험도가 낮은 투자 상품에 돈을 넣거나 고향 헤이룽장성에 식료품 가게를 열기 위해 많은 돈을 저축하려고 한다. 그는 “나는 내 직업과 가족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매우 조심스럽고 비관적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주재 한 미국 기업의 사내변호사인 아멜리에 후(44)씨는 2013년 미국 뉴욕을 떠나며 고향 상하이에서 평생 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인과 결혼한 그녀는 봉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영주권 취득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 영주권 취득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후씨는 “나는 미국 정치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단지 선택지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