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가 북한의 ‘강 대 강 원칙’ 선언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 억제력 강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기로 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박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좀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강 대 강’ 이런 얘기를 할 것이 아니다”며 “북한 정권에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느낀다면 미사일·방사포를 쏠 게 아니라 고통을 해소해 줄 그런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치·군사적 고려와는 별도의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북한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나오면 한국이 경제 협력과 아울러 북한의 미래 번영을 위해 담대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북한이 잘 귀담아듣고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준비를 마친 상태로 관측되고 있어서 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며 “언제 북한이 그런 도발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계속 도발하는 것보다는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그러한 도발을 할 수 없도록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고, 도발했을 경우 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정부의 입장”이라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조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미국에 어느 수준까지 확장 억제력 제공을 요청할 것인지 묻자 “블링컨 장관과 만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아무 조건 없이 대화를 통해 실질적 비핵화를 논의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호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많은 인센티브가 있다”며 “한반도 평화 안전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지난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미 초청을 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며 “양국이 편리한 시기에 시점을 아마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일본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난번 전화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적절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에서 첫 신임장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 조 대사도 이날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핵 위협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미국의 확장 억제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의 힘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는 종이 위에 쓰인 위협이 아니고 우리가 직면한 실질적 위협”이라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간) 여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조 대사는 북한의 ‘강 대 강 원칙’ 선언에 대해 “세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는데 북한만 역사의 뒤안길로, 역사의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느낌”이라며 “굉장히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북한이 강 대 강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집권층은 북한 주민이 더 잘살 수 있도록, 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공포에서 해방돼 더욱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런 데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사는 “문재인정부에서 방치됐던 한·미 동맹의 대비 태세 강화 및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하기 위한 동맹 현안들을 잘 관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