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년 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수복할 계획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대(對) 러시아 항전을 넘어 영토 수복을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7분30초 분량의 온라인 동영상 성명에서 “우리의 방어가 이날 110일째에 들어갔다. 적은 키이우, 지토미르, 체르니히우, 수미에서 쫓겨났다. 히르키우의 대부분, 그리고 점령을 당한 다른 도시 1000곳 이상이 해방됐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군사적 대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교전을 설명하며 “이날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또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살았던 2016년생이다. 러시아군은 6세 어린이도 적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절대 악에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영토 전역을 해방하자. 점령자들을 영토에서 몰아내자. 전선은 2500㎞가 넘지만 전략적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의 것”이라며 마리우폴, 멜리토폴 같은 격전지를 되찾을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연히 우리의 영토 크림반도를 해방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가가 얄타, 수닥, 잔코이, 예프파토리야에 게양될 것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점령자들이 평화를 누릴 땅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승리까지 얼마나 많은 기간이 걸릴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것(영토 수복)이 우리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전쟁은 그렇게(영토를 수복할 때)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2014년 무력으로 병합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불안한 정국에서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반러주의가 고조됐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진 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크림반도 무력 병합이다.
독일 DPA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동안 크림반도 수복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를 전쟁의 목표로 명시한 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영토에서 몰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크림반도로 전선을 확대해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생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