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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시선 “소모전될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변화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포를 비롯해 10억 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함께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 침체 속에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을 비롯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약속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대포와 포탄, 해안 방어용 무기, 돈바스 지역에서 방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첨단 로켓 시스템 등을 비롯해 10억 달러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미국이 계속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지만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이미 전쟁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전쟁 시작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규모는 57억 달러(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포기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도 전쟁 출구 전략을 두고 분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전쟁을 바라보는 유럽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가 전날 발표한 유럽 주요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35%가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우선순위로 꼽은 대답은 22%에 그쳤다.

유럽인들은 특히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곡물가가 치솟자 생계 고통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EDFR 보고서는 지적했다. CNN은 “미국, 유럽의 일반 시민이 전쟁 비용에 직접 영향을 받고 언론의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서방의 지원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도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한 집단적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을 점점 더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초기와 달리 전쟁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젤렌스키는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매우 심각한 소모전”이라고 전쟁을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은 영토를 완전히 수복할 때까지 전쟁을 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일부를 양보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