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맛보고 싶다면 (알코올) 중독자의 집에 가보라.”
미국의 설교자 DL 무디(1837~1899)가 남긴 말마따나 허대성(39) 전도사 남매는 그 지옥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허 전도사는 세 살 때 술에 취한 아버지가 울고 있는 자신을 거실 바닥에 내던진 기억이 생생하다. 동생 허빛나(37) 전도사는 “태어날 때부터 맞고 자라서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알코올 중독자였던 부친의 폭력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들을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의 믿음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새움교회(김도형 목사). 건물 지하 1층 예배당에서는 주일예배가 진행 중이었다. 40여명의 교인 대부분은 가족 단위였다. 3대가 함께 예배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과거 알코올 중독자였거나 그 가족이다. 이들 중에는 새움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국제금주학교에서 금주 교육을 받는 이도 많다.
“알코올 중독자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치료가 중독 치료를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국제금주학교 대표 김도형 목사의 얘기다. 그제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주일예배 풍경이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김 목사는 “금주학교에서는 중독자 치료보다 가족치료에 더 큰 비중을 둔다”면서 “알코올 중독의 실질적 주치의는 가족이며, 성공적 치료는 중독자 가족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는 금주학교에서는 금주·금약(마약)·금욕·금인(인터넷)·금연 등 ‘5대 중독’ 치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치료를 잘 받다가 한 번의 실수(음주)로 공들인 치료가 물거품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 목사는 “전인격적인 교육과 신앙을 바탕으로 중독 치료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가 구분하는 알코올 중독자는 세 부류다. 도움의 손길을 끊임없이 건네도 끝내 붙잡지 않는 ‘가룟유다형’, 결국 하나님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나발형’,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지만 평생 복음을 전하고 순교한 ‘베드로형’이다. 금주학교 교육은 ‘베드로형’ 중독자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치료 후 상담가, 사역자가 되어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2019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연간 8.3ℓ다. 360㎖들이 소주(20도) 115병 또는 500㎖들이 맥주(5도) 332캔 분량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혼술족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엔 ‘키친 드링킹’이 알코올 중독의 또 다른 폐해로 떠오른다. 부엌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주부를 지칭하는 용어다.
1992년 금주학교 설립 이래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은 총 2000명 선(1000여 가정). 이 가운데 완전 금주에 성공한 이들은 200가정 정도다. 이미숙 금주학교 원장은 “그만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게 중독”이라며 “하나님께서 보내신 영혼을 책임지는 게 우리 사명”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경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