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신학대학원이 학기를 마치는 6월 말, 신대원 재학생들은 각자 섬기는 교회에서 여름 사역을 준비하기 바쁘다. 신대원생들은 보통 교회학교 교육전도사로 첫 목회 경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탈북민 최하동(39) 전도사는 아직 사역할 교회를 찾지 못했다. 최 전도사는 22일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것이 내 출신 지역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는 출석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친한 목회자에게 나를 추천해주셨는데도 성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통일 사역이 목표이지만 그 전에 남한 교회 목사님 밑에서 목회도 배우고 싶고, 성도들에게 북한의 현실과 통일의 중요성도 직접 전하고 싶다. 남한 교회가 말로는 ‘복음 통일’을 외치지만 탈북민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통일 선교 관련 사역자들은 국내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목회자의 꿈을 꾸는 탈북민의 숫자를 4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탈북 신대원생은 최 전도사처럼 한국교회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류영모 목사) 북한선교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목회자 62.5%가 ‘과거에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싶어도 청빙을 받을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런 이유로 탈북민 출신 담임목사 중 81.1%는 교회 개척으로 목회 사역을 시작했다.
탈북민으로 사역을 오래 한 목회자들은 탈북민 신대원생들이 결국엔 (교회를) 개척하더라도 한국교회를 겪어본 경험이 사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호 탈북민 목사인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목회자는 영성뿐 아니라 행정 인성 조직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특히 통일 후 북한에 가서 교회를 세운다면 한국교회의 선진 시스템을 현지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국의 탈북민 교회 현실을 살펴보면 목회자가 다년간 한국교회에서 훈련받고 개척한 경우 훨씬 안정적으로 목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통일 한국을 위한 헌신자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탈북민 신대원생들에게 문을 많이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 입장에서도 탈북민 청빙이 어려운 점은 있다. 탈북 신대원생은 뒤늦게 신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한국에 머문 시간이 짧아 검증받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탈북 신대원생들도 전문성을 갖추고 한국교회에 녹아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이사장 임현수 목사)에서 탈북 신대원생들을 돕고 있는 배영호 전도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신대원생들도 청빙 받는 게 어려운 현실에서 탈북 신대원생들은 스스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정서와 언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어렵겠지만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실력과 꿈을 가지고 한국교회, 나아가 북한 교회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