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자국 남동부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지진 사망자 수를 1100명으로 집계했다. 지진에 쉽게 무너진 흙벽돌 가옥의 취약함과 구조·복구 장비 부족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정부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아프간 톨로뉴스에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의 사망자 수가 1100명, 부상자 수가 16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재난 당국 관계자는 “부상자 중 1000명 이상은 위중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진은 지난 22일 파크티카주에서 관측됐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규모를 5.9로 측정했다. 지진 발생 당일만 해도 현장의 혼란으로 보도 매체마다 사망자 추산치가 달랐다.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국영통신 바크타르를 인용해 155명, AFP통신은 40명으로 파악했다. 사망자 수는 불과 하루 만에 1000명 단위로 늘어났다.
아프간은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 속해 지진이 빈번한 국가다. 지난 1월에도 서부에서 규모 4.9와 5.6의 지진이 발생해 28명 이상이 숨졌다. 2015년에는 규모 7.5의 강진으로 4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프간의 가옥 상당수는 지진에 쉽게 무너지는 흙벽돌로 지어져 인명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번 지진은 한밤중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지진 피해 지역이 외딴 산악지역이어서 구조와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헬기와 인력을 파견했지만 구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위중한 부상자도 많지만 잔해에 깔린 실종자를 빠르게 구출하지 못하면 사상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