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살해한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범행동기 뒷받침할 증거가 나왔다. 어머니가 활동하던 특정 종교에 대한 원한이 적힌 노트와 총 5정 등이 추가 발견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야마가미 데쓰야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활동한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원한이 적혀 있는 노트를 확보했다”며 “야마가미가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며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보고 경찰이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노트를 비롯해 총기 5정과 컴퓨터 등도 압수했다.
야마가미는 “우리 집을 망친 종교단체를 일본에 초대한 사람이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그래서 그의 손자 아베를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NHK,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마가미의 가정은 부유한 편이었지만 아버지가 사망하고 재산을 물려받은 어머니가 특정 종교에 돈을 많이 쓰며 가세가 기울었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은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특정 종교에 많은 돈을 쓰면서 삼남매의 삶이 어려워졌으며 명문 고등학교에 다녔던 야마가미는 (일반대학 대신) 전문학교에 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2002년 모친이 파산하면서 집안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자 야마가미는 전문학교에서 자퇴한 후 해상 자위대에 자원입대했다. 병을 앓고 있던 형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형의 극단적 선택이) 야마가미에게 충격을 준 것 같다”며 “야마가미도 해상자위대 시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야마가미는 사건 전날 자신이 원한을 품고 있던 종교단체 건물에 총을 시험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야마가미가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기 전날인 7일 나라시에 있는 종교단체 시설을 향해 사제 총을 시험 발사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도 “야마가미가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총을 종교단체 건물에 쐈으나 큰 소리에 당황해서 도망쳤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종교단체 건물에 있던 주민들은 7일 오전 4시쯤 ‘팡’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소리와 관련해 당시 경찰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 집 밖에 나왔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는 소리를 뉴스로 듣고 비슷한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며 범행에 사용한 총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야마가미가 동영상을 참고로 총을 반복해서 만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