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 전날인 11일 진행 된 쓰야(通夜·밤샘)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정·재계 외국 인사와 일반 시민 등 약 2500명이 방문했다. 쓰야는 발인 전날 친척·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행사다.
쓰야는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사찰 조죠지에서 열렸다. 상주인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쓰야에는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외국 인사를 비롯해 많은 시민이 다녀갔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쓰야에는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옐런 장관과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본래 12일부터 13일까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하루 앞당겨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도 아베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라이 부총통은 1972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래 50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대만 최고위 정부 관리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조문 외교를 활발히 하며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자민당 아소 다로 부총재,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등 일본 정·재계 인사들도 조죠지를 찾아와 분향했다.
장례식은 쓰야 다음날인 12일 오후 조죠지에서 가족장으로 열렸다. 기시다 총리와 모테기 간사장은 이날도 자리를 지켰으며 아베 전 총리의 가족과 친척,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이었던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간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259개 국가·지역 등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 메시지가 쇄도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외교에서 남긴 큰 족적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추후에 기시다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고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합동 추도식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정부 조문단도 대거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일본 최고 훈장인 ‘다이쿤이킷카쇼케이쇼쿠’을 수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일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명뿐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