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2년) 상반기 글로벌 채권 가치가 약 17조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 30여년만에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채권 금리(수익률)가 상승(가격 하락)하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앞으로는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채권 가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세계 채권잔고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세계 채권 가치는 지난해(2021년) 말 142조달러에서 올해(2022년) 6월 말 현재 125조달러로 17조달러 가량 감소했다.
17조달러 감소는 상반기 기준으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세계채권 종합지수도 올 상반기에 12% 하락했는데 6개월 기준 2008년 5~10월(6% 하락) 이후 최대 규모의 낙폭이다.
연방준비제도,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도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만기 도래 전에 매각할 경우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Fed가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고 그러면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지게될 것이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둘러 팔아치우는 게 유리하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은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매도 경향이 강해졌고, 투자의욕도 저하됐다.
결국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적으로 70건 이상의 회사채 발행이 연기 또는 중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021년) 상반기 37건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별다른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온라인 카지노 업체 888홀딩스가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1% 이상의 수익률 제시했음에도 투자 수요는 요원했다.
국채의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6월 말 발행한 10년물의 낙찰 수익률은 3.47%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식량, 각종 자원 등과 관련해서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유럽이나 신흥국의 재정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해당 국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같은 국가 은행들이 주로 사들이게 되는데, 자기자본 감소, 부실 위험, 이자 부담 확대 등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