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미국의 대표적 보수언론 뉴욕포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재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적을 문제 삼았다.
뉴욕포스트 편집위원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침묵은 고약하다(damning)’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추종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교수형을 요구했을 때, 트럼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3시간 7분 동안 개인 식당에 앉아 TV를 시청했다”며 “그의 유일한 관심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을 수단을 찾는 것뿐이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것이 범죄인지 판단하는 건 법무부 몫이지만, 트럼프의 품성은 다시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음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는 2020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 시장을 신뢰하고, 자유로운 이민이 미국인들에게 더 이롭다는 세계주의적 공리를 거부했다. 그의 재선은 미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공식 지지를 선언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우군 역할을 맡아왔던 대표적 신문이 공개적 반기를 든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2020년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주장을 계속하자 “미친 짓을 그만두라”는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비판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편집위원회 사설에서 “트럼프는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했고, 폭도들로부터 의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폭동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뒀다”며 “위기 속에서 성품이 드러났고, 트럼프는 (1월 6일에 대한 재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하원 조사위가 정치적 균형이 부족하고, 국가를 분열시킬 수 있는 증명하기 어려운 형사 사건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제시된 사실은 냉정하다”며 “현재까지 가장 끔찍한 건 폭동이 격화되는 동안 (폭도 저지를 위한) 지원 요청을 거부하며 TV를 시청하고, 선동적인 트윗을 게시한 트럼프의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1·6 의회 난입 사건 하원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8차 청문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떠나라고 말하길 거부했고, 다른 부처에 지원도 요청하지 않는 등 폭동을 저지하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까지 비판으로 돌아선 점에 주목했다. 공교롭게도 두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친분이 있는 언론 황제 머독이 소유한 곳이기도 하다.
CNN은 23일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신문 중 하나가 그를 다시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될 자질이 없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가장 트럼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난”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 조사위 청문회를 자신에 대한 ‘박해’라고 비난하며 증인들에 대해 비난을 이어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