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59) 군산동부교회 목사는 몇몇 교인이 자신을 공격하며 의도적으로 야기한 분란 속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선 불굴의 목회자다. 이런 일을 무려 두 차례나 겪었다. 담임목사를 정조준한 시비를 거듭 극복한 것도 놀라운데 이 목사는 이를 부흥을 위한 변곡점으로 삼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그가 입지전적인 목회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 23일 전북 군산에 있는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온화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지난 목회 여정을 소개하면서부터 표정은 굳어졌다. 담임목사를 둘러싼 괴소문을 퍼트리고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까지…. 듣기에도 버거운 고난을 이겨냈다는 사실이 쉽사리 믿기질 않았다.
“2004년 군산동부교회에 부임했습니다. 1933년 설립한 교회로 창립 89년이 됐지만 20년 이상 사역한 원로목사가 한 명도 없더군요. 교회가 편하지 않다는 방증이었죠. 지도교수였던 정장복(전 한일장신대 총장) 교수께서 만류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부임 후 2년 만에 연건평 1만6528㎡(5000평) 규모의 본당과 교육관을 건축하며 안착하는 듯했습니다. 교인도 꾸준히 늘었죠. 그런데 안심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오더군요.”
이 목사가 말한 ‘안심하는 순간’는 2011년이었다. 교회 건축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교세가 부임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했을 때였다. 교회에서 오랜 세월 기득권을 갖고 있던 한 장로가 분란을 일으켰다.
다행히 첫 사태는 비교적 빨리 마무리됐다. 당회원들이 동조하지 않았던 게 확산되지 않은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다른 장로님들도 그 장로의 문제가 크다고 인식하면서 치리하자는 여론이 조성됐다”면서 “결국 그분이 자의 사임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가 제자훈련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이때였다. 교회의 뜰을 일생 밟았던 이들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고 그 답을 부족했던 제자훈련에서 찾았다. 서울 영락교회가 모 교회인 그는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설교와 예전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설교 전문가였지만 제자훈련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세 차례나 제자훈련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갈망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목회에 적용할 생각을 못 했다”면서 “하지만 그 후 새롭게 제자훈련 과정에 등록해 간절한 마음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이를 교회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2012년 4월부터 6개의 제자반을 운영했다. 이 목사는 “기쁘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품고 교인들을 제자로 키웠다”면서 “교인들의 반응도 좋았고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순식간에 제자훈련에 참여하는 교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제자반이 활성화하면서 심화반도 운영했고 높은 강도로 훈련했지만 낙오하는 교인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2016년 들어 교인은 1000명을 돌파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분란의 기운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발원지는 몇 해 전 분란의 책임을 지고 자의 사임을 택했던 그 장로였다. 외부에서 몇몇 교인을 부추겨 이 목사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의혹을 퍼트린 것이다.
이 목사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교인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교인 중 90% 이상이 이 목사 부임 이후 등록해 신뢰가 쌓인 데다 제자훈련으로 신앙이 성숙한 덕분이었다. 그러자 분란 세력은 이 목사에게 횡령과 사기 혐의를 씌워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그 여파로 이 목사는 검사에게 불려가 7시간이 넘도록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고 결국 사건은 종결됐다.
또다시 갈등을 딛고 일어선 것이었다. 검찰에 고발하면서까지 담임목사를 흔들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교회를 품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제자훈련이었다. 이 목사는 “담임 목회를 처음 시작하던 2004년으로 돌아간다면 목회 첫날부터 제자훈련을 할 것”이라면서 “제자훈련을 통해 목회의 참맛을 느끼고 있으며 무엇보다 교인들이 성숙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군산동부교회에서는 요즘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자훈련이 진행된다. 이 목사가 홀로 제자훈련을 이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조너선 에드워즈(1703~1758)의 말을 인용했다. “녹슬어 없어지는 인생이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는 인생이고 싶다.”
이 목사는 “제자훈련을 통해 나 스스로 제자 됨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자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서 “목회가 어려움에 놓이거나 교회에 갈등이 생긴다면 제자훈련을 기억하라. 그러면 그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은혜의 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군산=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