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서 두뇌가 20년 노화하거나 지능지수(IQ)가 10 감소하는 것과 비슷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의 연구진은 3일(현지시간) e클리니컬메디슨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은 인지능력 손실이 50세에서 70세가 될 때와 비슷하고 두뇌 처리속도 하락은 IQ 10을 잃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 영국 케임브리지의 아덴브룩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감염 6개월 후에 추론과 문제해결과 같은 능력을 측정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1세였으며 16명은 인공호흡기를 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연구에는 비교를 위해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460명도 투입됐다. 나이, 성별, 교육, 모국어 등 특성에 따라 환자 1인당 비감염자 10명과 함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메논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참가자들이 언어적 추론 부분에서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중증으로 겪었던 환자들은 예를 들어 ‘신발’과 ‘(신발)끈’이나 ‘단추’와 ‘코트’처럼 관계가 있는 단어들을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처리 속도 또한 느렸다. 이는 주의, 복잡한 문제 해결,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에서 포도당 소비가 감소했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연구진은 “인지 장애는 치매를 포함한 광범위한 신경 장애에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우리가 본 코로나19 흔적은 이런 것들과 분명히 구별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지 장애는 바이러스 감염 자체보다는 뇌의 산소나 혈액 공급 부족, 혈액 응고로 인한 혈관 막힘, 미세 출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메논 교수는 후유증의 정도는 코로나19를 얼마나 심각하게 겪었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메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뇌·인지 기능·심리 건강을 포함한 신체의 다양한 장기에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만약 백신을 맞았다면 코로나19를 덜 심하게 겪을 것이고, 후유증 또한 덜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