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농가에서 땅에 박힌 괴물체가 발견됐다. 세계 최고 재벌 일론 머스크를 최고경영자(CEO)로 둔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잔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괴물체의 존재를 알린 건 호주국립대 천체물리학자 브래드 터커다. 그는 지난 31일 ‘닥터 브래드 터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사우스웨일스주 달게티에서 목격된 괴물체를 확인하는 5분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괴물체를 목격한 건 이곳에 양을 풀어 키우는 농장주다.
터커가 현장에서 확인한 괴물체는 사람보다 큰 높이로 땅에 박혔다. 그 주변에 잔해도 흩어져 있다. 땅에 박힌 괴물체에는 깃털 같은 소재도 붙어 있다. 터커는 “불에 탄 나무처럼 보이기도 하고, 외계인의 조형물 같기도 했다. 결국 사고로 땅에 떨어진 물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호주 상공 대기권 밖을 지나가던 우주선이나 발사체에서 떨어진 잔해라는 것이 터커의 분석이다. 터커는 이 물체에 고열을 견딜 합성물질이 있고, 제품의 일련번호로 보이는 숫자가 새겨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터커는 괴물체를 “지난달 9일 호주 동남부 상공을 지나간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잔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우 드문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 발견된 물체는 1979년 이후 호주에서 나온 가장 큰 우주 쓰레기의 조각들”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터커의 주장에 답하지 않았다. 호주 항공우주국은 “물체를 정체를 규명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경영하는 머스크도 트위터에서 괴물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지만 아직 댓글로 긍정이나 부정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최근 과열되는 우주 경쟁에서 잔해의 지상 추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호주 남부 농가의 괴물체를 크루 드래건의 잔해라는 터커의 의견에 동의한 호주 스위번대 천체물리학자 사라 웹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주 잔해를 추적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의 무게 24.5t짜리 잔해는 지난 31일 인도양 상공으로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바다로 추락했다. 이 잔해는 최근 30년간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낙하한 우주발사체 중 가장 무거웠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