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사망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로 규정하고 배후를 수사하고 있고, 극단주의 세력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친크렘린 엘리트 구성원에 대한 이례적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노력을 더욱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며 “두긴 서클에 속한 극단주의자 등 전쟁 옹호론자들이 푸틴에게 보복으로 가혹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사건은 (전쟁의) 새로운 발화점을 만들 태세”라고 설명했다.
빅토르 바라네츠 전 대령은 극우 언론인 차르그라드TV와 인터뷰에서 “내가 주장하는 건 복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가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매체 RT의 마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은 텔레그램에 ‘의사결정센터’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정보국 본부를 폭발하라는 요청이라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수사당국은 “폭탄이 운전석 차량 밑에 설치돼 있었다”며 “두긴의 딸 다리아 두기나의 사망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계획된 범행”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연계가 확인되면 우리는 국가 테러리즘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나 테러 국가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폭발과 분명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이번 주 추악하고 악랄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4일은 우크라이나의 31주년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제네바 유엔 주재 러시아 상임대표인 겐나디 가틸로프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외교적 접촉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에 직접적인 대화는 없을 것”이라며 “갈등이 계속될수록 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전화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정상들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조속한 현장 방문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포격이 잇따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