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티 영상과 총리 관저에서 친구들과 찍은 부적절한 사진이 잇따라 공개되며 궁지에 몰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정치인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며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마린 총리가 24일(현지시간)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행사 연설에서 “나도 사람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가끔은 즐거움과 밝음, 재미를 원한다”며 울컥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마린 총리는 “그러다 보면 나로선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진이나 영상 등에 관련될 수밖에 없다. 여러분도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마린 총리는 “단 하루도 일을 쉰 적이 없다”며 “(유출된) 모든 것들은 이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무관한 일”이라고 사생활 유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마린 총리는 연설 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연설을 듣던 관중들이 울컥하는 마린 총리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마린 총리는 2019년 34세에 핀란드 총리로 당선되며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자유분방한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핀란드 국내외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지난 18일 마린 총리는 연예인, 국회의원 등과 함께 클럽에서 격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해당 영상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들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마린 총리는 자진해서 마약 검사를 받아 의혹에 맞섰고, 마약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이후 23일에는 마린 총리 친구들이 총리 관저에서 찍은 사진이 SNS에 퍼지면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사진에 마린 총리는 없었지만 웃옷을 거의 벗은 유명 인플루언서 두 명이 ‘핀란드’라고 적힌 명패로 가슴을 가린 채 키스하는 장면이 담겨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마린 총리는 “관저 아래층 손님 화장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이 적절하지 않다. 그 사진은 찍지 말았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진은 “7월 초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친구들을 관저로 불러 함께 사우나와 수영을 하고 시간을 보내던 때에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린 총리의 잇따른 사생활 논란에 핀란드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현안 등 안보상 중요한 이슈가 많은 시기에 한 국가의 총리로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다’ ‘자유롭게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