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120만 건으로 증가했다. 탄탄한 노동시장은 연준에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을 부여해 9월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전월보다 20만 건 증가한 1120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퇴직자 수는 420만 명으로 전월보다 10만 명 줄었다. 고용건수는 640만 건으로 전월보다 10만 건 감소했다. 취업률은 6월 6.8%에서 지난달 6.9%로 상승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회복이 본격화한 지난 6월 처음 1000만 건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 중순까지의 구인건수도 1000만 건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구인건수가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의 수를 크게 넘어서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 연구기관인 ‘DBONDS’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전례 없는 수준의 긴축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며 “경제를 보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강력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현재의 물가 수준은 너무 높다. 당분간 제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아주 짧은 시간만 하고 방향을 바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 연준이 진행하고 있는 긴축 수준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금리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측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긴축은 내년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우리가 지금까지 한 정책 조정의 완전한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긴축 작업을 완료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려면 우리 정책 기조가 제한적인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다만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건 위험을 수반한다. 심각한 긴축은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고 실업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새로 들어오는 데이터가 인플레이션 둔화의 시작을 분명히 보여준다면 0.75% 포인트 인상을 철회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즉시, 또는 예측 가능하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이 수요를 낮추고 공급망과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정책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9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이날 68.5%로 나타났다.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던 지난 7월 말에는 급격한 금리 변동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페드워치 금리 전망도 한 달 전에는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력한 물가 대응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노동시장도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전날 75% 예측보다는 낮아졌다. 연준이 강력한 긴축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뉴욕 증시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