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전격 차단하며 독일과 프랑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독일로 가는 가스관 정비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프랑스에는 가스 대금 지불 문제로 가스 공급을 줄인다고 밝혔다가 하루도 안 돼 돌연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AFP통신과 타스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독일과 프랑스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압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가스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동시간이 1000시간을 넘어설 때마다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에너지 당국인 연방네트워크청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가스프롬 측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노르트스트림1을 정비한다는 건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유럽을 압박하기 위한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정비작업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10일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가스 공급량을 평소 40% 감축한 데 이어 20% 수준으로 재차 줄였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독일 기업과 가정은 최근 껑충 뛴 가스 가격 등 에너지 비용이 크게 늘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 등 다른 EU 회원국들보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낮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가스프롬은 이날 기준으로 프랑스에 7월 가스 공급 대금 전액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령에 따라 해외 가스 구매자가 계약 조건대로 전액을 내지 못하면 추가 가스 공급은 금지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에 통보했다.
가스프롬은 이날 오전 엔지에 공급하는 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오후 당사자 간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한다고 밝혔다.
엔지는 성명을 내고 “이미 필요한 물량은 확보한 상태”라며 “가스프롬의 공급 중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물리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도 마련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 가스와 전기 등 에너지 위기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에너지 수급에 경고등이 켜지자 최악의 경우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