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4500년간 명맥을 이어온 인더스 문명의 대표 유적인 ‘모헨조다로’ 도시 유적 일부가 훼손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모헨조다로의 유적지가 폭우에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모헨조다로 유적은 파키스탄에서도 홍수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 신드 주(州)에 위치해 있다.
인더스강 남부에 있는 모헨조다로 유적은 1922년 발견됐다. 유적 내 건물을 지을 때 구운 벽돌을 사용해서 반듯한 격자형으로 계획된 인류 최초의 도시로, 전성기 때는 인구가 약 4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도시 유적지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연구에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모헨조다로는 현지 신디어로 ‘죽음의 산’이라는 뜻으로, 과거 홍수에 대비하는 정교한 배수 시스템을 구축했던 문명을 꽃피웠다. 유적 내 대형 공중목욕탕은 현존하는 목욕탕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장을 담당하는 아산 아바시 큐레이터는 “최근 발생한 홍수가 모헨조다로를 직접 덮치지는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유적이 훼손됐다”며 “약 5000년 전에 지어진 여러 개의 대형 벽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유적지의 랜드마크인 불탑도 폭우로 인해 일부 외벽 외에도 개별 공간이나 방을 분리하는 대형 벽이 손상됐다. 불탑은 예배·명상·묘지 용도로 쓰이곤 했던 대형 반구형 구조물이다.
아바시는 “고고학자들의 감독하에 수십 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홍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파키스탄 군은 도시들을 홍수로부터 보호하고자 가장 큰 담수호인 만차르 호수에 있는 제방을 뚫어 물을 방출했다. 불어난 물에 이미 인근 마을 수십 곳이 침수되었고, 수백 가구가 서둘러 대피했다.
파키스탄 군 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은 헬리콥터와 보트를 이용해 수해지역과 가장 가까운 구호캠프까지 사람들을 구조했다. 이미 구호캠프에는 수만 명이 몰려들었고, 수천 명 이상이 홍수로부터 안전한 고지대로 피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이 기후 변화로 인한 비극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사회에 더 많은 원조를 호소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신드주 정부에 수천 개의 텐트와 긴급 물품들을 인계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9일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