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 일색이던 영국 내각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리즈 트러스(47) 총리를 포함해 외무·재무·내무부 장관 등 4대 요직에 백인 남성은 사라지고 흑인과 여성이 자리를 대체했다.
트러스 총리는 6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을 마친 뒤 장관 인사를 발표했다. 외무장관에 제임스 클레버리(53) 전 교육장관이, 재무장관에 쿼지 콰텡(47) 전 산업부 장관이 각각 임명됐다.
트러스 내각의 테마는 ‘소수인종’으로 요약된다. 클레버리 장관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트러스의 신임을 얻었다. 클레버리 장관은 앞으로 트러스의 대중·대러 강경 노선을 실행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40대인 콰텡 장관은 부모가 1960년대 가나에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다. 명문 사립학교 이튼칼리지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콰텡 장관은 트러스의 감세 기조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내무장관에는 수엘라 브레이버먼(42) 전 법무장관이 임명됐다. 그도 부모가 각각 아프리카 케냐와 남아시아 인도양 모리셔스 출신이다. 보수당 내 흑인 유권자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영국의 이민정책을 주도할 예정이다. 트러스의 핵심 측근인 테리즈 코피는 부총리 겸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다.
주택사회부 장관에 37세 사이먼 클라크, 문화부 장관에 38세 미셸 도넬란이 임명되는 등 30, 40대도 대거 발탁됐다. 새로 임명된 장관 12명 가운데 9명이 30, 40대다.
다만 영국 언론들은 다양성보다 ‘보은 인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BC는 “트러스가 동지들에게 보상으로 내각의 요직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한 인사들은 모두 인선에서 제외됐다.
로이터통신은 흑인과 소수인종이 내각에 대거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수당이 최근 선거에서 다양한 인물을 영입해 성공을 거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공직 등의 상위 요직은 여전히 백인이 강세다. 보수당에서 여성 의원 비중은 4분의 1이고, 소수민족 출신은 6%에 불과하다.
트러스는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임명 절차를 마치고 정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함께 폭풍우를 헤치고 경제를 재건하고 멋진 영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고임금 일자리와 안전한 거리, 기회가 있는 열망 있는 나라로 변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세와 개혁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담대한 계획이 있다”며 “영국을 다시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현 한명오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