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간 영국을 통치해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인 버킹엄궁은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여왕의 서거 직후 큰아들 찰스 왕세자(73)가 곧바로 국왕의 자리를 승계했다.
찰스 왕세자는 성명을 발표하고 “소중한 군주이자 많은 사랑을 받은 어머니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며 “영국 전역과 왕국, 영연방,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왕을 잃은 것이 깊은 슬픔이 될 것을 안다”고 말했다.
1952년 26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군주와 영연방의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실질적인 통치 행위를 하진 않았지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국민 통합을 이끌었다.
영국 최장기 군주이자 세계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재위에 머물며 영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 사망 이후 부쩍 쇠약해졌고, 지난 2월 신종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오랫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여왕은 지난 6일 밸모럴성에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뒤를 이어 취임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지팡이를 짚고 트러스 총리와 만나는 여왕의 모습이, 대중에게 공개된 마지막 행사가 됐다.
여왕의 건강이상설은 서거 전날인 7일 그동안 빠지지 않던 추밀원 온라인 회의를 미루면서 외부에 전해졌다. 왕실은 곧 “여왕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공개했고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등 왕실 직계 가족들이 속속 밸모럴성으로 달려왔다.
여왕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 전역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여왕의 장례식은 왕실 관례에 따라 열흘 동안 추모 기간을 지낸 후 국장으로 치러지게 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한국을 방문, 유교 문화의 정수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으며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4일간 국빈 방문을 했다.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고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