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일부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현지 주민과 소셜미디어(SNS)를 인용해 탈레반 당국이 최근 여학생의 등교를 재개한 동부 파크티아주의 일부 여학교를 다시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파크티아주의 주도 가르데즈의 여자 중·고교 4곳과 삼카니 지역의 여학교 1곳 등 5곳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재집권 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탈레반은 남학생과 저학년 여학생은 등교를 허용했으나,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대부분 막아 교육의 기회를 박탈했다. 파크티아주 탈레반 정부 교육부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앙정부에 질의했으나 불허 결정이 떨어졌다.
탈레반은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으나, 지난 3월 23일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말을 바꿨다. 이에 등교 시작 몇 시간 만에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불허 결정에도 등교를 한 학생 중 수십 명은 거리에서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 가르데즈 씨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벌였지만, 곧 (탈레반) 치안 병력에 의해 해산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여성 인권 침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 포용적 정부 구성과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상당 부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아프간 여성은 남성 가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고 외출 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부르카)을 입어야 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