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했다. 물가 상승 주범으로 꼽힌 휘발유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주택 경기 둔화 전망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공격적 긴축 정책 방향을 흔들 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2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 기대조사에서 향후 1년간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중간값이 5.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6월 6.8%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 7월 6.2%로 하락했다. 두 달 연속 내림세다. 3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도 지난 6월 3.6%에서 7월 3.2%, 8월 2.8%로 하락했다.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 2.3%에서 지난달 2%까지 낮아졌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 하락을 체감하면서 물가상승이 고점을 지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갤런당 3.716달러로 지난 6월 14일 5.016달러 대비 26%(1.3달러) 하락했다. 뉴욕 연은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의 향후 1년 상승률이 0.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상승 전망치는 지난 4~6월 5%대를 기록했지만 지난 7월 1.5%로 급락했다.
1년 후 주택 가격 중간값 상승 전망치도 전월보다 1.4% 포인트 하락한 2.1%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4월(6%) 조사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임대료 상승 기대치도 0.3% 포인트 하락한 9.6%를 기록했다. 1년 후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0.8% 포인트 하락한 5.8%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재정 상황은 더 나빠졌다. 최소 향후 3개월간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할 것으로 응답한 소비자는 전월보다 1.4% 포인트 증가한 12.2%로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성장 기대치가 하락하면서 8월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더욱 완화됐다”면서도 “이러한 개선이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저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연은 발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92%까지 올라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