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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하메네이 건강 적신호… 후계구도 ‘비상’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83)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후계구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하메네이가 중병에 걸려 지난주부터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고 전하자, 이란은 지난 15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시아파 종교행사에 참석한 그의 사진을 공개하며 와병설을 부인했다.

사진에는 마스크 차림의 하메네이가 단상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과 일어서서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사진 공개와 함께 “하메네이가 수많은 청중에게 답례하며 신의 가호와 축복을 비는 짧은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는 “하메네이는 1998년 심장병 진단을, 2014년엔 전립선암 수술까지 받았다”면서 “이란 정부가 공개한 사진과 간접 메시지 이외에 그가 건재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야툴라 호메이니 이후 33년 동안 반(反)서방 강경 이란을 진두지휘해온 하메네이 사후에 대비한 후계 구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NYT는 지난 15일 보도에서 “그가 지난주 복통과 고열을 호소했으며 장폐색 수술을 받았다”면서 “현재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 병상에 누워 지내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정일치(神政一致)’체제를 대표하는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가 운영과 정치, 종교를 모두 관장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로 ‘신의 대리인’으로 불린다. 국가지도자회의를 통해 선출되는 종신직으로, 국가최고정책 결정권, 국가정책 집행 감독권, 임면권, 국민투표 선포권, 군통수권, 전쟁 선포 및 동원권을 갖는다.

또 헌법수호위원회의 일부 위원과 사법부 수장, 국영 라디오 및 TV 방송국장, 합참의장, 이슬람혁명수비대장, 군사령관 등에 대한 임면권, 입법·행정·사법부간 3부 조정권도 갖는다.

이란에는 4년에 한 번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있지만 최고지도자가 대통령 인준·해임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하메네이에게 잘못 보이면 선거에 이겨도 자리에 오르지 못할 뿐 아니라 중간에 해임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하메네이는 친서방 성향의 온건파 집권을 철저히 봉쇄해 왔으며 여러 차례 미국·서방과의 핵 협상을 중단시키거나 합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은 하메네이와 그가 지휘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대한 국제 제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WSJ는 “국가지도자회의의 구성원 가운데 누가 하메네이의 자리를 승계할지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있다”면서 “하메네이 신변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시아파 종교지도자들 일색인 이 회의체의 성격과 구성상 또 다른 반서방 강경파 인물이 등장해 그를 대체할 것”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