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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잃은 러軍, 명령 거부·장비 파괴·자국기까지 격추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적십자 건물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부서져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된 러시아군이 명령을 거스르고 장비를 부수는 등 작전 수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항공기를 격추한 사례도 포착됐다. 평화협상은 불리한 전황에 놓인 러시아가 병력 재배치 등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첩보기관인 정보사이버보안국(GCHQ) 제러미 플레밍 국장은 30일(현지시간) “우리는 무기와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 군인들이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장비를 파괴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실수로 자신네 항공기를 격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미국 CNN이 전했다.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호주국립대를 방문한 플레밍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상황을 크게 오판한 것 갔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에게 진실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플레밍 국장은 “러시아가 자국군 지원을 위해 용병과 외국 전투기를 투입한 사실이 분명하다”며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은 현재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군의 그림자 조직으로 정규군보다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플레밍 국장은 “그들은 병력 재배치와 함께 증원을 목적으로 새로운 전투원 모집을 검토 중”이라며 “이들 군인은 러시아군 손실을 줄이기 위한 포탄받이(cannon fodder)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키이우(키예프)를 포위했던 러시아군의 20%가 다른 곳으로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 북쪽과 북서쪽에서 공격한 군대가 재배치 중이고 체르니히우와 수미를 공격했던 부대 일부도 벨라루스로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전열 정부 후 다른 곳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바나 클림푸시-신차제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통합 위원회 의장은 독일 싱크탱크 마셜기금이 마련한 소규모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평화협상은 실제 협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분명히 푸틴은 이것을 연막으로 사용해 (군대를) 재편할 시간을 벌고 전 세계에 거짓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날 영상 메시지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말뿐”이라며 러시아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을 점검하는 칼럼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를 분할해 영구 점령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언급했다.

WP는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듯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유력한 대상으로 꼽았다.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주민 비율이 높고 일부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공화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직후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손에 넣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겠지만 경제제재와 전쟁으로 입은 피해에 비하면 작은 소득이라고 WP는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