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내부에서 혼란스러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검색어로 ‘팔 부러뜨리는 법’ 등이 크게 늘었고, 국외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러시아 24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최소 425명이 체포됐다고 인권단체 OVD-인포를 인용해 보도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다 최소 50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소규모 인원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AP는 모스크바에서 시위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최소 12명 이상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사는 러시아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소규모 그룹의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고, 이들 중 다수가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원령 발표 이후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다.
dpa통신은 이날부터 주말까지 튀르키예로 향하는 항공편이 동원령 발표 수 시간 전에 이미 매진됐다고 튀르키예 항공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스크바발 이스탄불행 비행기표 최저가는 8만 루블(약 184만원)에서 17만3000루블(약 398만원)로 두 배 넘게 폭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앞서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배포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전 단체 ‘베스나’도 “이것은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 들어갈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이제 전쟁은 모든 가정과 가족에게 닥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 대상으로 한 부분동원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미정이나 규모는 전체 예비군 2500만명 중 30만명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