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양국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를 두고 마주 앉았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갈등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중국은 평화와 대만 독립이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맞섰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날 회의의 ‘뜨거운 감자’는 대만 문제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지역, 나아가 세계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같은 평화·안정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들어 수위가 높아진 중국의 대만 주변 무력시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대만 문제가 중국 입장에서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미국이 각종 대만 독립 활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그간 미국 정부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는 “중국은 ‘조국통일’과 ‘일국양제’라는 기본방침을 고수할 것”이라면서도 “평화적 해결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우러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 전반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왕 부장은 “현재 양국 관계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양국은 대국 간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 역시 양국 소통 창구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대 중국 협력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 중국이 이를 도울 시 후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추가적 도발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왕 부장의 구체적인 관련 발언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