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히잡 의문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국영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유감을 표한 뒤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대한 불용 의사을 재확인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지만 폭동을 용인할 수 없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 17일 시작됐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의해 체포돼 조사를 받던 지난 16일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하면서 시민들이 봉기했다.
이 시위가 반정부 구호를 끌어냈고, 군·경의 탄압과 맞물려 유혈사태로 번졌다. 경찰이 주택에 최루탄을 쏘고 창문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이 SNS를 타고 전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런 군·경에 저항해 군용 차량에 불을 지르고, 여성의 복장을 검사하는 지도순찰대 본부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란 경찰은 아마니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인을 심장마비로 주장하고 있다. 이란 경찰의 이런 발표를 계기로 한국에서는 아미니의 사망, 반정부 시위,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을 ‘이란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유족은 “아미니가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이날까지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전히 이란 전역에서 경찰·시위대의 대치는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아미니 사건에 대한 법의학 보고서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