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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英 총리, “감세안 전면 수정할 것” 발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국 정부의 감세안은 3주간 혼란에 혼란을 거듭한 끝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리즈 트러스 英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총리 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감세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전세계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감세안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전 정부가 계획했던 법인세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법인세 동결안을 분명하게 철회했다.

이에 따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당초 구상한데로 법인세 인상이 그대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연간 180억 파운드 세수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세율 동결안 규모는 180억 파운드에 달해, 이번 감세안 중 가장 비중이 큰 정책이었다.

영국은 내년(2023년) 4월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릴 예정이었다.

이처럼 법인세를 당초 계획대로 인상하려면 기존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하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영국이 가장 원하는 것이 안정이라며 감세안 일부가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며 정책 실패를 일부 인정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본인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일각에서 추측하는 것처럼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다만 감세안 설계자이자 리즈 트러스 총리 내각의 핵심이었던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전격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면서 글로벌 긴축 기조에 역행하는 정책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 반발에 약 3주 만에 백기를 들면서 실패를 인정했지만 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쿼지 콰텡 재무부 장과에게 돌렸다.

英 언론들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내각의 핵심이었던 재무부 장관을 희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영국 최초 흑인 재무부 장관으로 주목받았던 쿼지 콰텡 장관은 취임한 이후 불과 37일 만에 해임되는 수모를 겪었다.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1970년 이후 최단기간 재임한 재무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재무부 수장으로써 경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장관으로 일을 해나갈 의지를 밝혔지만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회의에 참석했다가 런던으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사임한 것이다.

언론들은 사실상의 경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Twitter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언급해 경질당했음을 인정했다.

쿼지 콰텡 전 장관은 이번 성명에서 정책 실패를 일부 받아들였다.

쿼지 콰텡 전 장관은 지난달(9월) 23일 이른바 ‘성장계획’ 발표 후 경제적인 상황이 급변했다며 정책이 불러온 혼란을 시인했다.

하지만 영국은 저성장과 높은 세율을 오랜 기간 겪었고, 영국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옹호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쿼지 콰텡 전 장관의 사임 서한에 대한 답장에서 깊은 유감이지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쿼지 콰텡 전 장관 후임으로는 제러미 헌트 전 외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이 의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새 재무장관이 다음달(11월) 말까지 중장기 재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장은 감세안 철회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 경질 소식을 반겼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1일(화) 4.79%까지 치솟았던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가 이번 감세안 철회 예고에 4.26%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시장은 감세안 정책 발표 이후의 혼란에서는 다소 진정세를 되찾았지만 영국 중앙은행인 Bank of England의 국채 매입이 종료되면서 긴장하고 있다.

어쨌든 자신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핵심 공약인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안 철회에 이어 법인세 동결안까지 연달아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리즈 트러스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미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조차 리즈 트러스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Financial Times와 인터뷰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 지지율이 여당에서도 25%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 선거를 리즈 트러스 총리를 내세워서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내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노먼 러몬트 영국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에 "정말 난감한 상황이자 굴욕적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불운한 정책이 해외에서 영국의 명성을 손상시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보수당 지지율이 19%로 떨어졌다고 집계됐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430억 파운드 규모 감세안은 전세계적 긴축 정책 기조와 역행하는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혼선을 일으켰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정부 감세안 발표 이후 파운드당 1.17달러에서 8% 가까이 하락했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국 연기금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기에 직면하자, 영국 중앙은행인 Bank of England가 긴급 국채 매입 발표로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4.6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달(9월) 27일에는 국제통화기금, IMF까지 나서 영국 정부가 감세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국에서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대출을 더 이상 할 수없다며 중단을 선언했고, 영국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보유자산인 미국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투매하면서 미국 CLO 가격이 급락해 국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