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군사력이 주요 지역의 긴급한 방어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만큼 ‘약한 상태’라는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 전반적인 미 군사력이 약한 상태로 강등된 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증강하는 상황에서 군사력 감소 추세가 지속할 경우 핵심 국익을 확보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18일(현지시간) ‘2023년 미군 군사력 지수 검토’에서 “미군은 글로벌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실질적 도전에 대응해 국익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힘보다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재단은 육·해·공군과 해병대, 우주군, 핵무기 등 영역별 능력을 평가해 종합한 결과 미 군사 태세가 ‘약함’(weak)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미군이 다양한 주둔 및 교전 활동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주요 단일 지역 분쟁 요구를 충족할 수 없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미군은 ‘두 개의 대규모 지역 전쟁’(Major Regional Conflict)을 동시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며, 확실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국익에 대한 위협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지속한 군사력 사용, 부족한 예산, 잘못 정의된 우선순위, 격렬하게 변화하는 보안 정책, 프로그램 실행의 극도로 열악한 규율, 국가 안보 기관 전반에 걸친 심각성 부족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공군은 기존 ‘약함’단계에서 ‘매우 약함’ 단계로, 해군은 ‘한계’(marginal)에서 ‘약함’ 단계로 강등됐다. 우주군도 약함 단계로 평가됐다.
재단은 공군에 대해 “노후화된 전투기, 매우 열악한 조종사 훈련 및 유지 문제가 심화했다”며 “퇴역하는 전투기가 새로 도입되는 전투기 수를 앞지르며 서비스 수용 능력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종사가 부족하고 조종사의 비행시간도 위험할 정도로 낮아 전시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전투력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공군은 2020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 80%의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지만, 곧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환상조차 버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투기와 폭격기 전력은 1980년대의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형 전투기 보급이 시급하지만 공군은 현재 F-35 구매를 늦추고 있다.
조종사들의 월평균 비행시간은 2020년 8.7시간, 2021년 10시간 수준으로 강력한 상대를 능숙하게 상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연 200시간 비행에는 훨씬 못 미친다. 재단은 “공군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의 준비태세”라고 평가했다.
재단은 해군에 대해 “경쟁자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해군 선박은 교체되는 것보다 더 빨리 노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군은 2037년까지 280척의 함대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현재(298척)보다 적고, 작전 요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400척에는 훨씬 못 미친다”며 “이러한 심각한 결함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 조달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함대는 291척에서 296척으로 5척 느는 데 그쳤지만, 중국은 216척에서 360척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해군이 지속적인 함대의 감소를 저지하고 되돌릴 수 없는 무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처음 군사력 평가를 받은 우주군은 모든 영역에서 ‘약함’ 등급을 받았다. 재단은 “전문 지식 부족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 역량이 요구 사항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경쟁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추적하고 관리할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지난해와 같은 ‘한계’ 등급을 받았지만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군대는 현대화 속도보다 더 빨리 노화하고 있고, 엄청난 운영 및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은 “강대국 경쟁을 위한 전력 현대화 프로그램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배치 준비가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은 “어떤 경우 중국과 같은 적군의 무인 항공기 발사 탄도 미사일, 전자전, 배회 탄약(자폭용 드론) 같은 화력 발전이 미국 능력을 능가했다”고 우려했다.
미 해병대는 부대 중 유일하게 ‘한계’ 등급에서 ‘강함’ 등급으로 격상됐다. 재단은 미국의 핵무기에 대해 ‘강함’ 등급을 부여하면서도 “강력한 억지력에 대한 지속적인 공약이 없다면 향후 단계가 낮춰질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운반 시스템과 탄두 신뢰성은 계속 노후화되고, 위협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이 군사력을 확장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하는 시기 미국의 연방 부채 증가와 물가 상승은 국방 예산에 부담을 가할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미국은 핵심 국익을 확보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전쟁을 저지할 수 없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