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히잡 미착용 논란을 겪었던 레카비가 이란에 돌아간 뒤 이란올림픽위원회 빌딩에 사복 요원의 감시를 받는 상태로 구금됐다가 현재 가택연금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레카비가 휴식을 위해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다.
레카비가 이란에 돌아온 직후 공항 인터뷰에서 자신이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한 것 역시 ‘가족의 집을 빼앗겠다’는 당국의 협박을 받고 한 행동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앞서 레카비는 지난 10~16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머리를 드러낸 채 경기에 임했다. 이를 놓고 이란 내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부터 레카비와 연락이 닿지 않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왔다. 그러나 레카비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입국 당시에도 히잡은 쓰지 않고 야구 모자로 머리카락을 가린 상태였다.
그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경기 당시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해 히잡을 깜빡했다는 취지로 ‘히잡 미착용’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그런데 그가 입국 다음 날인 지난 20일 스포츠 장관과 면담을 할 당시 옷이 입국 당일 옷과 같아, 그가 귀국 후에도 집에 가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카비의 감금설 등에 대해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트위터 성명을 내고 “레카비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인권단체 및 모든 이란 선수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란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그들은 반대 세력을 구금하고 불구로 만들거나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 이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저항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