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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마신 보리스 존슨, 英 총리직 탈환 포기


후임자 리즈 트러스의 실각으로 영국 총리에 재도전한 보리스 존슨이 돌연 후보에서 물러났다.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급거 귀국했던 그는 집권 보수당 의석에서 3분의 1에 달하는 지지를 얻었다며 총리 후보 적임자를 자청한 지 12시간 만에 도전을 포기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존슨 전 총리가 이날 오전 8시 줌 화상회의에서 지지를 보내준 의원들을 상대로 ‘내가 유일한 차기 총리 후보’라고 강조할 때만 해도 자신감으로 가득했지만, 12시간여 만에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에 후보 자리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존슨 전 총리는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트러스 총리의 실각 소식을 듣고 여장을 꾸려 지난 22일 영국 런던 개트윅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숨 가쁜 행보에 나섰다.

존슨 전 총리의 공항 도착 수시간 뒤 제임스 더드리즈 보수당 의원은 트위터에 “존슨 전 총리가 100명 이상의 지지자를 확보했다”며 집권 보수당 대표에 출마할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집권당 대표는 총리를 맡게 된다.

보수당 경선에 출마하려면 소속 의원 357명 중 100명 이상 지지를 얻어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보다 많은 102명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총리직 탈환에 자신만만했다.

다만 존슨 전 총리와 더드리즈 의원의 주장을 놓고 의문이 불거졌다. ‘파티 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한 존슨 전 총리에게 3분의 1에 달하는 지지가 모였는지가 의문의 핵심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런던시장을 지낸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방역을 강화하던 중에도 파티를 한 사실을 들켜 사퇴 압박을 받고 지난 7월 물러났다.

존슨 전 총리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휴가 중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승객의 야유를 받았다고 영국 방소 스카이뉴스가 보도했다. 그만큼 대중적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다. 영국 언론들은 존슨 전 총리가 자신을 지지한 의원의 수를 부풀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많은 관전자와 보수당 의원 다수는 당내 의원 102명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존슨 전 총리의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재집권을 낙관하며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 22일 저녁 수낵 전 장관과 회동해 단일화를 논의하면서 “내가 유일한 선택지다. 보수당을 결속하기 위해 당신(수낵 전 장관)은 내 뒷줄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낵 전 장관과 단일화는 무산됐다.

수낵 전 장관은 존슨 전 총리보다 먼저 100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 당대표 후보 자격을 확보했다. 더타임스는 “수낵 전 장관의 더 많은 지지세력을 섭렵하려 했던 존슨 전 총리의 ‘도박’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존슨 전 총리가 당 대표 도전을 포기하면서 수낵 전 장관은 총리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