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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배달 서비스’에 찌들어가는 뉴욕 맨하탄

미국 뉴욕지방검찰청은 최근 마약상 빌리 오르테가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마약상을 마약 유통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기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오르테가가 이 혐의로 기소된 이유는 그가 ‘휴대폰 전화 배달서비스’로 배달한 코카인을 복용한 3명의 뉴요커가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망한 뉴요커는 맨하탄 금융가에서 ‘잘 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주식딜러, 투자은행 컨설턴트, 로펌 변호사 등이었던 이들은 오르테가가 자신들의 집으로 배달해준 코카인과 펜타닐을 썩어 코로 흡입했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헤로인의 50~100배에 달하는 중독효과를 가질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작 치사량이 2㎎에 불과해, 살상 목적의 독극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주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에게만 처방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오르테가의 기소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검찰이 오르테가가 사망한 사람들에게 코카인과 펜타닐이 섞일 경우 어느 정도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내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이들이 약물남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즐비한 맨하탄에서 코카인 헤로인 등 마약이 성행한지는 꽤나 오래된 일이다. 1980년대 중남미산 코카인이 대량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마약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을 지닌 고소득 뉴요커들의 마약 중독은 급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에는 노트북컴퓨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주문한 고객의 집까지 각종 마약을 ‘신속·정확’하게 배달해주는 ‘마약 배달 서비스’까지 유행하는 판이다. 오르테가도 이런 신종 마약배달 서비스를 운영해온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점조직으로 이뤄진 배달망을 가동해 스마트폰 문자, SNS 메시지 등을 통해 주문하면 즉시 마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돈을 벌어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에서 마약 또는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980명이나 됐다. 이 수치는 2019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마약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CDC의 또 다른 통계는 충격적인 미국인들의 약물 중독 실태를 보여준다. 지난해 한해동안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10만7521명이고, 이 가운데 70% 가량이 펜타닐 복용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WSJ는 “온라인과 다크앱, 길거리 밀매상으로 통해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펜타닐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코카인과 섞어 복용하는 행태도 성행하고 있다”며 “한가지 마약이 아니라 다종의 마약을 섞어 복용하는 ‘수퍼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