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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에 총’ 14살 시신도… 러 ‘퇴각 학살’ 끔찍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에서 러시아군에 처형당한 민간인 시신 수백구가 발견됐다.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전쟁의 비극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 AP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떠난 키이우 북부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덤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현지 매체들도 부차·이르핀·호스토멜 등 키이우 인근 북부 도시 격전지에 민간인 시신이 널려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부차에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텔레그래프는 한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33세 여성이 어린 두 아들과 차를 타고 대피하던 중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AP통신에 “러시아군은 철수하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걸어가던 민간인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길목마다 시신이 깔린 부차의 참상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자세 그대로 숨진 민간인 시신도 있었다. 손이 뒤로 묶인 채 발견된 시신이 많았는데 현지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는 조직적 학살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로이터통신에 “시는 280여구의 시신을 매장했다. 여전히 거리에 시신이 흩어져 있다”며 “손목이 결박된 상태로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일부는 14살 정도 되는 소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러시아군)이 어떤 종류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이우 서부 외곽 도시 스토얀카에서 영토방위대에 몸담았던 세르게이 토로빅은 더타임스에 “짐승들도 그런 짓은 안 한다”고 분노했다. 그는 한 지하실에서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시신 18구를 발견했다. 시신에는 잔혹한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키이우 외곽 20㎞지점 고속도로에선 벌거벗은 여성 등 4~5명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안전하게 철수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군용 트럭에 태운 뒤 탱크 앞에 배치해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추가 제재를 예고하는 한편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조사를 촉구했다.

이르핀에선 지뢰 등 폭발물이 하루에만 643개가 발견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키이우 서쪽 드미트리브카 마을에선 하루에 1500개 이상의 폭발물이 나왔다. 보로디안카 인근 도로에도 대전차 지뢰 수십개가 발견됐다. 도로 위에 깔린 지뢰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차량의 모습도 SNS에 공개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주거 지역 근처에 지뢰를 설치했고, 심지어 시신에도 기폭 장치 등을 설치해 놨다”고 주장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