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물러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독자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이는 기록돼야만 한다”면서 이같이 알렸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법의학 및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부검과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현장에 갔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키이우 근처 부차 지역에서는 시신 57구가 묻힌 곳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약 10구의 시신은 제대로 매장되지 않아 눈에 보일 정도였고, 일부는 검은 포대로 싸여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를 말살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나라 전체와 국민을 말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시민이고, 러시아연방의 정책에 지배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러시아군에 의해) 우리가 파괴되고 있고, 말살을 당하고 있는 이유”라고 분노했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효과적인 책임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매우 분개할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비극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날 CNN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서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 것에 대해 “이러한 사진을 볼 때면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