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행돼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FP통신은 13일(현지시간)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재판소는 시위자 중 1명에게 정부 청사 방화와 공공질서 저해, 국가안보 위반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형을 선고했다. 다만 이 사람의 신원이나 항소할 수 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잔 온라인은 “신의 적이자 세상의 타락”이라는 점도 이 시위자의 죄목이라고 밝혔다. 또 수도 테헤란에 있는 다른 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공모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를 받는 5명에게 5년에서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 발생한 가운데 사법부가 사형을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9월 이란에서는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사망한 이후,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테헤란에서만 최소한 1000명을 기소하는 등 총 수천 명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회의원 290명 중 272명은 이달 초 칼날과 총기로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 이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따라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수천 명의 시위대에게 ‘관대한 처분을 하지 말고 본보기 삼아 엄벌로 다스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사법부에 보냈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 책임자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현재 최소 20명이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모가담은 “사형이 빠르게 집행될 것이 우려된다”며 “국제사회가 나서서 시위대에 대한 사형 집행은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IHR에 따르면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이란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326명이다. 여기에는 미성년자 43명과 여성 25명이 포함됐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