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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될 뻔’… 폴란드 미사일 폭발, 전세계 한때 초긴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에 15일(현지시간)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가 한때 발칵 뒤집혔다.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군사 대결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지만 해당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긴장은 곧 해소됐다.

AP통신은 이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 3명을 인용해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이라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40분쯤 폴란드 동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마을 프셰보도프에 미사일 2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국가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를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폴란드는 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나토 헌장 4조를 발동했다. 나토 헌장 4조는 “회원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성,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회원국 전체가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긴장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서방 언론들은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공동 대응한다’는 나토 헌장 5조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7 등 주요국 정상들과 긴급 회동 후 “탄도궤적 상 러시아발이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무기를 요격하기 위해 발사한 방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정부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폴란드 공격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만든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옛 소련에서 개발한 S-300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과 회동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지대공미사일이라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 주요 도시에 100여발의 미사일을 퍼부으며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화상연설을 통해 “G20 중 러시아를 제외한 G19 정상들에게 우리 국민과 군을 도와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한 직후 공습을 개시했다. 크림대교 폭발사건 보복으로 지난달 10일 미사일 84발을 발사한 것을 뛰어넘는 규모다.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 등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시설에 집중돼 전국적으로 70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은 전국적으로 최소 12개 지역이 공습을 받았고 15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는 최소 절반 이상 지역의 전기가 끊어졌다”고 말했다. 대규모 통신 장애도 발생했다. 이웃 국가 몰도바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연결된 전력선의 차단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G20 정상들은 이틀간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면서 “회원국 ‘대부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표현했으나 “이와 관련한 다른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war)’으로 규정하는 데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위기(crisis)’ 단어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창호 선임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