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를 신청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에서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수천억원 규모의 디지털자산은 바하마 당국 지시로 바하마로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거래소 세계 3위인 FTX의 채권자가 100만명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바하마 증권위원회(SCB)는 전날 오후 성명을 내고 “FTX의 바하마 자회사인 ‘FTX 디지털 마켓’의 모든 디지털 자산 이전을 지시했고 현재 압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FTX 디지털 마켓의 고객과 채권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임시 규제 조치가 필요했다”며 “이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권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바하마 당국의 이 성명은 FTX에서 파산보호 신청 직후 수천억원 규모의 디지털자산이 사라졌다고 알려진 데 따른 해명이다.
앞서 FTX는 파산보호를 신청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4억7700억 달러(6600억원)의 ‘미승인 거래’가 있었고 이에 해킹 가능성도 조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는 이 ‘사라진 자산’이 바하마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하마 증권위는 압류 중인 자산 규모는 밝히지 않고 “FTX 디지털 마켓은 미국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절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하마는 FTX 본사가 있는 곳으로, 자회사 FTX 디지털 마켓도 바하마에 있다.
이에 바하마 당국의 자산 압류는 FTX의 파산보호 절차 방향에 대해 미국과 바하마의 관할권 다툼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X는 존 J.레이 3세가 샘 뱅크먼-프리드 사임 이후 CEO를 물려받아 파산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와 별도로 바하마 당국은 지난 15일 뉴욕 연방법원에 바하마 법인인 ‘FTX 디지털 마켓’에 대한 파산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양국은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신병 확보를 두고도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현재 바하마에 있는 뱅크먼-프리드를 자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바하마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거래소 세계 3위인 FTX의 채권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FTX 변호사들은 전날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100만명의 고객이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밝힌 채권자 10만명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FTX는 새로 선임된 존 레이 최고경영자(CEO)가 거래소에서 거래 및 인출 기능을 중단하는 등 세계 고객 자산과 FTX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주 발생한 사이버 공격에도 대응하고 있다. 레이 CEO는 파산 절차를 관리하기 위한 5명의 독립 이사를 임명하고 컨설팅사 등과 계약했다. 현재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FTX 사태에 대해 조사 중이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현지에서도 경찰이 잠재적인 범죄 행위 가능성 등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