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과 마주치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최근 낸 회고록에서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출간된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평창올림픽 행사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과 북한 최고위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열성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회고에 따르면 2018년 2월 9일 올림픽 개막식 전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서 헤드 테이블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부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 이런 배치는 문 전 대통령이 계획한 것이라고 펜스는 밝혔다.
연회 시작에 앞서 단체 사진 촬영이 이뤄졌으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펜스는 의도적으로 늦게 도착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펜스의 만남을 ‘정중한 방식으로 강요’(politely force)하려고 한다고 판단한 펜스는 리셉션에 온 각국 귀빈과 악수를 하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가 만찬 테이블에 앉지 않고 행사장을 나왔다.
펜스는 두 사람을 공개석상에서 만나는 일을 피한 이유로 “그렇게 되면 북한에는 거대한 상징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나와 아베 전 총리, 배우자들을 김영남 쪽으로 안내했지만 거리를 유지했다”고 했다.
펜스는 개막식에서 귀빈석에 앉았을 때도 김여정을 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캐런(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과 내가 도착했을 때 우리 뒤쪽 줄의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펜스는 아울러 당시 북한 측이 만나자고 배후 채널로 신호를 보내와 비공개 만남을 추진했고, 양측이 청와대에서 10일 만나기로 했으나 예정 시간 2시간 전에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북측이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