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된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나 연합이 나오지 않았다. 각 정당(연합)이 자기중심의 연정 구성을 주장하면서 혼란이 빚어지자 말레이시아 국왕은 자신이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나섰다.
20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총선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개혁파 정당연합 ‘희망연대(PH)’가 219석 중 82석을 차지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이 73석을 얻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30석으로 3위에 그쳤다. 전체 의석은 222석이지만 악천후와 투표일 직전 후보 사망 등으로 3곳에서 투표 차질이 빚어져 219곳의 결과만 발표됐다.
주목할 점은 73석을 얻은 PN의 부상이다. 이번 선거는 오랜 집권 세력인 BN과 PH의 양강 대결로 예상됐다. 1957년 독립 이후 집권을 계속한 BN은 2018년 61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가 PH를 이끌고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PH 정권은 내부 분열로 오래가지 못했고, 총리 자리는 무히딘을 거쳐 이스마일 총리에게 넘어갔다.
새롭게 부상한 정당연합 PN은 이슬람 정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늘면서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얻었다. PN에 속한 ‘범(汎)말레이시안 이슬람당(PAS)’이 43석을 차지하며 최대 단일 정당이 됐다.
차기 정권은 연정 구성에 달렸지만 PH와 PN 모두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국의 혼란이 예상됐다. 그러자 압둘라 국왕은 21일 오후 2시까지 연정 구성과 지지하는 총리 후보를 왕실에 알리라고 각 당에 통보했다. 왕실은 이를 바탕으로 국왕이 최종적으로 총리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입헌군주국으로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국왕은 과반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의원을 총리로 임명한다.
한편 97세인 마하티르 전 총리는 새로운 정당연합을 결성하고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