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뜻밖의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승자는 두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의 인접국 두바이에 월드컵을 응원하러 온 각국의 축구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값싼 숙박시설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두바이로 축구 팬들이 바글바글 몰리고 있다”며 두바이가 개최국이 아닌데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이유로 경제·문화 인프라를 꼽았다.
우선 외국에서 온 축구 팬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카타르와 달리 중동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로 꼽히는 두바이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시설이 마련돼있다.
대표적인 예는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다. 두바이는 유명 관광지인 이곳에 지은 신축 호텔을 축구 팬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할당했다.
무엇보다 외국 관광객의 음주를 허용하는 두바이의 자유로운 분위기 역시 축구 팬을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WSJ에 따르면 실제 영국과 이란, 웨일스와 미국의 경기가 열린 당일 두바이 공항의 한 터미널에서는 맥주가 동이 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카타르는 대회 기간에도 사실상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음주 단속·복장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대회 직전 이를 번복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축구 팬들은 이 같은 결정에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두바이에서 숙박하면서 카타르를 오가는 웨일스 축구대표팀 응원단 ‘더 배리 혼스’의 개러스 에번스는 “카타르의 문화는 우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술꾼들”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맥주가 판매되는 두바이에서 양껏 마신 뒤 카타르에서 경기를 보겠다는 축구 팬들의 ‘두바이행’이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에서 숙박하면서 경기가 있는 날에만 카타르를 방문하는 식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이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파이브 호텔 경영자인 카비르 멀챈대니는 월드컵 기간 객실의 90% 이상이 예약됐다면서 “이 같은 호황의 이유는 월드컵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바이와 카타르의 도하는 비행기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두 도시를 잇는 항공편은 매일 수십 편에 달한다.
아울러 최근 두바이는 월드컵 기간 관광객에게 간소화된 입출국 절차를 적용해 카타르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