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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탈락’ 환호한 이란 남성…보안군 총 맞아 사망


자국 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환호하던 이란 남성이 보안군에게 사살됐다고 외신들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BBC와 가디언은 이날 27세 남성 메흐란 사막이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전을 축하하다가 총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날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국에 0대 1로 패했다.

사막의 죽음은 해외에 있는 이란 인권단체들을 통해 알려졌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하자 환호하던 사막을 향해 보안군이 직접 머리를 겨냥해 발포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막이 이란의 패배를 축하하다 보안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보안군에 피살된 사막은 이날 미국전에 출전한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의 지인으로 확인됐다. 에자톨리히와 사막은 반다르 안잘리 출신으로 어린 시절 유소년 축구팀에서 함께 뛰었다고 한다.

에자톨리히는 인스타그램에 사막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 밤 너를 잃었다는 비통한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적었다. 그는 사막의 사망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노에 찬 심정을 드러냈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이란에서는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이 곧 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기간 동안 이란 경기가 펼쳐진 축구장에선 ‘Women Life Freedom(여성, 삶, 자유)’, ‘자유’를 뜻하는 페르시아어 ‘아자디’ 등 반정부 시위 구호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특히 이란 국가대표팀이 오랫동안 대립해온 정치적 앙숙 미국에 패하자 반정부 시위대는 길거리로 나와 패배를 축하했다. 이들은

AP통신은 “이란 국민 다수가 대표팀 응원을 정부를 응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위 도중 목숨을 잃은 이란 젊은이들에 대한 배신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