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기자가 정체 모를 인물에게 페인트 공격을 받았다. 그의 전쟁 비판 보도에 반발한 러시아 극우세력이 저지른 일로 추정된다.
로이터 통신, DPA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사마라로 향하는 열차에서 붉은 페인트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무라토프를 공격한 남성은 붉은 페인트를 퍼부으며 “무라토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것을 받아라”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토프는 “눈이 타는 것처럼 화끈거린다”며 트위터에 당시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무라토프의 얼굴과 상반신, 페인트로 범벅이 된 침대칸이 담긴 사진은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로이터 통신은 “무라토프를 공격한 이유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을 탄압해왔는데, 무라토프는 그동안 줄기차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왔다.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푸틴의 전쟁’이라고 비난해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무라토프가 운영하는 신문사의 기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졌으며, 러시아의 계속된 압박에 지난달 28일부터 신문 발간이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 남성 2명을 용의자로 추정해 찾는 중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인물을 겨냥한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설명할 때 ‘전쟁’, ‘공격’, ‘침공’ 등의 단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전쟁 비판 관련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