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의 조건으로 점령지 4곳에 대한 합병 인정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점령된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8년 전 빼앗긴 크림반도 탈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양국의 엇갈린 협상 조건에서 전쟁은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로 합병된 4개 지역과 관련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평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종전 조건으로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포로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의 10개 항목을 제시했다.
쟁점은 단연 러시아군 철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개전 이후 점령을 당한 돈바스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은 물론 2014년 무력 병합된 크림반도까지 반환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 헤르손만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됐다.
돈바스의 경우 친러 세력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각각 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을 주장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을 얻었다. 크림반도의 경우 8년 전부터 러시아의 영토로 복속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은 러시아에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